1-2월 일기 : 운동과 요리 회고.
운동 회고
약속이 있거나 어디를 가지 않는 이상, 내 하루는 항상 비슷하게 흘러간다.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하루에 한두 끼는 직접 해 먹고.. 이런 활동들이 반복되다 보면, 뭔가 그 활동들에 대해서 적고 싶은 말들이 생긴다. 그래서 운동과 요리하는 삶에 대해서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지난 1년은 수영 강습을 빠지지 않고 나가면서 수영을 루틴으로 만들고 조금씩 수영 거리를 늘려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초심자로서 자주 하는 일반적인 실수 대신, 내 신체적 특징에서 비롯되는 습관을 알게 된다.
수영에서 자유형, 배영 발차기를 할 때 발등과 발목 앞부분을 쭉 펴야만, 발등으로 물을 누르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발목이 뻣뻣한 편이라서 수영하다가 힘이 빠지면 발을 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지금은 발목 스트레칭을 하고 수영할 때 발의 모양 자체에 신경을 써서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속도를 잘 내려면 발등과 발목을 일자로 편 상태로 발차기를 힘차게 해야 하고, 거기에는 허벅지 힘이 필수적이다. 평소에 하체가 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유산소 운동에 필요한 하체의 힘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체의 힘을 지속적으로 쓰면서 호흡이 달리지 않는 것이 관건인데 이게 참 어렵다. 이런 것도 연습을 통해서 조금씩 낫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처음에 그런 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들었을 때에 비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이제는 발등을 펼 때 종아리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지 않고, 발차기 연습을 할 때 다리가 무겁고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조금 늦게 찾아온다.
나는 발차기를 잘 못하기 때문에 자유형과 배영에서는 속도가 안 나지만, 평영에서는 그래도 같은 반 사람들의 속도에 대충 맞출 수 있다. 그렇지만 평영에서도 내가 발차기를 하면서 몸을 펼 때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간 뒤뚱거리는 느낌도 여기에서 오는 것이었구나...! 배에 힘을 주면서 발차기를 할 때 힘이 균등하게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듯한데, 이것도 내가 한쪽의 힘을 더 잘 쓰거나 평소에 약간 자세가 비뚤어져 있다는 신체적 특징에서 비롯된다. 평영 할 때는 의식적으로 몸을 왼쪽으로 틀고 비뚤어진 자세를 교정한다는 느낌으로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의 후기를 접하다 보면, 잘못된 수영 동작들을 일컫는 몇 개의 말들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살려 접영’은 팔이 물에 걸리면서 구부러질 때 그 사람의 동작이 물에 빠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인 말이다. 팔이 물에 걸리는 동작이 계속되면 힘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그 동작을 힘이 덜 드는 방향으로 고쳐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그런 동작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경우 상체를 드는 각도, 어깨의 힘없음, 힘이 빠지면 동작을 정확하게 하도록 정신을 붙들고 있기 어려움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각자의 이유로 동작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를 하나의 단어로 묶어서 표현해도 될까, 이런 생각을 했다. 단지 저 말이 놀리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조금 웃기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고, 잘못된 동작에 너무 비장해지지 않는 태도도 운동을 배울 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살려 접영’이라는 말은 보통 빨리 교정해야 하는 문제적인 동작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사람을 다소 비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수영을 어느 정도 배운 상태에서 자세의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사람의 신체적 특징과 몸의 생김새, 운동 습관 등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살려 접영은 접영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동작이기도 하지만 초심자가 아니더라도 아직 자신에게 편안한 접영의 감각을 찾지 못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수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감각을 찾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 속도가 다르다.
비슷한 맥락에서 ‘수력이 몇 년’이라는 말, 내가 ‘중급반’에 있는지, ‘상급반’에 있는지, ‘연수반’에 있는지 이런 분류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강습을 듣기 시작한지 2년이 넘었지만 매일 수영한 것도 아니라서, 비슷한 시기에 배우기 시작해서 매일 수영을 했던 사람과는 수영실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영장마다 인원과 진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수영장의 ‘중급반’의 진도와 다른 수영장의 ‘중급반’의 진도가 현저히 다를 수 있다. 나는 지금 다니는 수영장에서는 가장 높은 반에 있지만 실력은 중간 정도라고 생각한다. 결국 수영과 편안한 관계 맺기를 하려면 내 실력을 등급화해서 배운 기간 대비 얼마나 그 등급을 달성했는지 생각하는 것보다는 ‘강습 빠지지 않기’, ‘(유튜브 선생님 말고) 강습 선생님 말을 잘 듣기’, ‘내가 잘못하는 것을 웃기다고 생각하기’, 세 가지가 제일 중요한 듯하다.
요리 회고
요리한지가 3년이 좀 넘었는데, 최근에는 할 수 있는 요리도 조금(?) 다양해졌다.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에는 밥에 곁들여먹을 채소볶음과 두부구이만 했지만, 이제는 볶음밥, 비빔국수, 카레, 각종 파스타, 된장국, 수프, 각종 샐러드… 다양하게 요리한다. (하지만 나물, 전 같은 한식 반찬은 못 만들겠다..) 그리고 사시사철 같은 음식을 해 먹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맞는 요리를 따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카레, 된장국, 수프는 겨울에 주로 먹고… 샐러드랑 비빔국수는 주로 여름에 먹는다. 볶음밥과 파스타는 계절에 상관없이 먹는 음식이긴 하지만, 넣는 재료는 계절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 예를 들면 여름에는 직접 페스토를 만들어서 방울토마토, 병아리콩, 양파, 옥수수 등 샐러드 재료들과 버무려서 샐러드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겨울에는 남는 야채를 토마토 페이스트에 넣고 만든 소스에 면을 비벼서 토마토 파스타를 자주 먹는다.
작년의 새로운 요리는 수프랑 페스토였다. 믹서기 성능이 좋지 않아서 페스토의 질감이 잘 나지 않는 페스토를 만들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페스토는 견과류 맛이 많이 나는 담백하고 심심한 맛이라서 좋다. 직접 요리할 때의 장점은 요리하면서 재료 양과 불의 정도를 조절하면서 요리의 맛이 어떻게 바뀌는지 직접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국물 요리를 할 때 야채를 많이 넣는 편인데, 야채에서 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간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수프를 만들 때 카레 가루를 넣었다면 카레가 눌어붙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센 불에서 조리하면 안 된다. 국이나 수프에 넣는 감자는 깨끗이 씻어서 껍질도 같이 먹는 게 식감이 좋다. 원래는 볶음밥에 두부를 넣어서 먹었는데, 두부의 수분을 날리는데 항상 실패하고 볶음밥에 수분이 많아지면 간 조절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제는 두부를 넣지 않는다.
요리를 직접 하긴 하지만 요리 고수라고 할 정도로 요리나 재료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요리하려고 하면 너무 힘이 많이 든다. 힘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내 입맛에 맞는 요리들, 현재 내 생활 패턴과 양립가능한 레시피들을 몇 가지 갖게 된 것이 요리하는 삶의 소득이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애니메이션인 <아따맘마>의 ‘엄마’가 요리를 엉뚱하게 하는 걸 보면서 웃었는데, 최근 그 애니를 다시 보면서 내가 그렇게 요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레시피대로 요리 하지 않고 자기 감에 따라서 넣어도 좋을 재료를 마구 넣는 것이 나와 ‘엄마’의 공통점이다. 요리를 하지 않던 시절에는 ‘엄마’의 그런 특징이 그가 만화 주인공으로서 갖는 다소 과장된 특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가 그러고 있는 걸 보니 요리를 하다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냉장고에는 이전 요리에서 쓰다 남은 재료가 있고, 그 재료가 상하면 안되니 그 재료를 넣을만한 요리에는 다 넣는 것… (물론 ‘엄마’는 훨씬 더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한다.) 그래서 예전에 볼 때는 <아따맘마>의 가족들 중 학생들에게 이입하면서 봤던 것 같은데, 이제는 ‘엄마’한테 이입해서 본다. 장 보는 ‘엄마’, 집안일하다가 낮잠 자는 ‘엄마’를 보는 게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저녁 반찬에 대해서 혹은 냉장고에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하는 아리와 동동이를 볼 때마다 ‘냉장고 재료 상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니?’라고 핀잔을 주고 싶다.
두 번째 새해 다짐.
이제 봄이 오면서 날씨도 꽤 따뜻해졌다. 날이 풀리면서 비상계엄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기는 개인적으로는 끝났다. 지난 두 달 동안, 학위논문과 관련해서 몇 가지 결정(장 쪼개고 늘리기, 학술대회 발표 등..)을 내렸고,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읽기와 쓰기를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나 혼자서 일상을 회복한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듯, 뉴스를 보기 힘든 나날들은 이어지고 있다. 최소한으로도 뉴스와 연결되어 있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뉴스와의 연결은 잠시 끊더라도 밖을 돌아다니고 어딘가에 참석하면서 보고 듣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최근 생각한 것은 과거에 사람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마련해 놓은 기틀을 ‘나의 이익’을 위해서 흔들고 그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효능감’을 얻는 집단이 점차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활동한다고 믿지 않겠지만..) 그런 집단이 공고해지는 것은 개인으로서 막기 어려운 사회적 흐름이다. 이 문장들을 쓰면서도 무력감과 패배감이 점점 짙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런 무력감과 패배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활동을 해야 한다. 운동과 요리처럼 개인적인 일상의 루틴을 세우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활동도 좋지만, 그것에서 나아가 내가 원하는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활동, 그 사람들과 내가 원하는 가치를 구현하는 사회를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활동, 그 안에서 차이와 존중을 배우는 활동이 필요하다. 여력이 될 때마다 그런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마다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새해의 두 번째 다짐으로 삼았다. (첫 번째는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