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의 일들 : 출근 외 이것저것.
개강(?)이후
나는 박사 과정을 수료 했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개강'이라는 것이 나를 빗겨가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고, 수업에 뒤따르는 여러가지 일들(발제문 작성, 페이퍼 작성, 리딩, 쪽글 과제..)에 더이상 참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에 소속된 채로 이것저것 일을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수업을 듣지는 않더라도, ‘개강'을 하는지 여부가 나의 업무의 로드나 수입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 같다.
이번 학기부터 글쓰기 상담 튜터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보통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들도 있고,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프로그램들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개강'이라는 사건은 꽤나 의미가 있다. 수업 조교나 강의를 한다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이다. 수업 조교로서의 수입은 특정한 학기에만 제한되는 것이고, 강의도 그러하다.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개강과 동시에 일이 생기고 수입원도 생긴다. 이번 학기에는 수업의 조교를 하지 못한다거나 강의를 배정받지 못한다면, 그 학기에는 수입이 일부 줄어드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 하는 일은 내가 수업 조교를 하면서 내가 해왔던 일(글쓰기 과제 코멘트)과 큰 틀에서 많이 다르지 않아서 크게 어려움 없이 하고 있다. 그리고 수업 조교할 때처럼 글쓰기 과제에 점수를 매기지 않아도 되고, 한꺼번에 40-60개의 글에 코멘트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여서 노동 강도도 그렇게 세지 않다. 다른 대학원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코멘트보다는 글에 점수를 매기는 것을 어려워한다. 상대평가라면 성적 구간이 갖는 대략적인 비율도 생각해야 하고, 그에 따라서 점수를 조금씩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쓰기 과제에 한해서는, 점수를 주는 평가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점수 매기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학기말이 되어서 상담 신청이 많이 들어오고 코멘트 해줘야할 페이퍼들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일단은 점수 없이 코멘트만 하는 일이니 괜찮은 것 같다.
버스를 타면서 보는 풍경과 이것저것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지하철역과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더 가까운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다보니 버스를 더 자주 타고 다닌다. 버스를 타면 좋은 점은 바깥의 풍경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거의 하루종일 컴퓨터 아니면 태블릿 PC를 통해서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 작은 화면에서 눈을 돌려서 바깥을 구경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어서 일부러 버스를 더 타려고 한다. 버스 자리에 앉아서 햇빛을 맞고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장을 보고, 학교든 직장이든 어딘가를 가고, 가게 앞을 정리하고..)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보다 보면, 뭔가 내 하루도 ‘나만의 것'으로서 외따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움직임들이 만들어낸 큰 흐름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나도 누군가가 보는 풍경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것도 좋았다.
날씨가 좋을 때마다 더 외출을 하려고 하고 있다. 전시도 몇 개 보고 공연도 보았는데, 특히 공연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제9회 김사월 쇼를 보았고, 아직 발매되지 않은 노래들을 밴드 세션으로 혹은 통기타 연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김사월님이 그 노래를 만든 배경이 되는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덧붙여주었는데, 노래를 전달하는 방식에도 많이 공을 들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5곡(+a)이나 준비된 앵콜과 무대 미술, 관객들에게 선물로 주는 참외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너의 친구'를 밴드 세션으로 들은 것 ! 밴드 세션으로 들으니 ‘너의 친구' 후렴구 멜로디의 발랄함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았고, 얼른 정식 발매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분간은 버스타고 다니면서 김사월님의 노래들을 배경 음악으로 들을 것 같다.
위에서 썼던 것처럼, 주말에는 가끔 전시도 보러 다녔는데, 그 중 하나가 연희동에 위치한 미학관에서 열렸던 김허앵 작가의 <Furry ways>이다. 이 전시에 관해서 짧게 2-3단락 정도 쓰려고 했으나…너무 길어져서 결국 다른 글로 분리한다. (곧 올라옵니다.👀) 따뜻한 계절이 금새 지나가고, 더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더운 계절의 햇살은 더 따갑겠지만 그래도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사운드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바깥의 풍경들을 구경하는 시간은 놓치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