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일들: 종강, 장학금 지원, 교수법 워크숍.

종강 !

나는 12월 30일에 완벽한 종강을 맞았다. 종강이란 단순히 수업이 끝나는 시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데, 보통은 종강 이후에도 수업과 관련해서 해야하는 일들(시험이나 기말 논문 제출)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전공하는 학문의 특성상 시험보다는 기말 논문이 학생의 학업 성취를 평가하는 도구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그래서 보통 나의 종강 일자는 마지막 기말 논문 마감일자와 일치한다.

사실 이번 학기의 마지막 기말 논문 마감 일자는 1월 1일이었지만, 기말 논문을 생각보다 빨리 완성하기도 해서 그냥 12월 30일에 제출했다. 석사 과정 중에는 12월 31일까지 기말 논문을 붙잡고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기말 논문이 어느 정도 되어야 그래도 남에게 보여줄 정도로 완성되었는지에 관한 감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논문이 형식적으로 완결성을 갖추고 논변이나 사례도 이만하면 쓸만하다고 생각되면, 평가받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그냥 제출한다. 그렇다고 내 논문이 완벽하고 흠결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만큼인데, 선생님께서는 이걸 읽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해하면서 기말 페이퍼를 제출한다. 피드백에서는 내가 쓸 때 생각하지 못한 문제를 지적해주시기도 해서, 도움이 많이 된다.

종강하고 나서는 3-4일 간은 보고싶다고 체크해놓은 시리즈와 책을 보고, 게임도 하면서 쉬었다. 원래 같으면 전시도 보러나가고 바깥 식당에서 맛난 것도 사먹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종강 기념으로 연락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부활동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휴식했다.

장학금 지원

다행히도 지난 해에 받았던 장학금의 재추천 대상자가 되었다. 재추천을 받아도 학업계획서는 새로 쓰고 추천서도 다시 받아야 해서, 지도교수님께 컨택을 했다. 작년과 어떻게 다르게 쓸지 고민을 많이 했다. 별 문제 없이 잘 통과되면 좋겠다.

재추천 대상자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기 전에는, 더이상 장학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의 목록을 적어보기도 했다. (진짜 좌판 깔고..분석미학 입문..! 8주 완성반..! 이렇게 해야 하나 고민함) 학교 안팎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면 등록금은 몰라도 생활비까지는 커버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코스웍 하면서 이런 일들을 다 하려면, 정말 정신없고 바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의 2019년이 재현될 수도.

수료하고 나면 시간이 나긴 할텐데, 그 때는 수업을 듣는 대신 학위 논문을 써야 하니까 그렇게 시간이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생활은, 졸업하기 전까지 되도록 지원을 많이 해주는 장학금을 받고, 논문 작성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막학기에 학점 적게 들으면서 취업 준비해서 취직한 다음, 졸업하고 바로 경제적으로 자립하겠다는 생각만큼 이상적이다. 막학기 취직 성공은 준비도 되어있어야 하지만, 운도 많이 따라야 하는 것처럼, 장학금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높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장학금을 꾸준히 받는 대학원 생활을 실현하는 쪽에 노력을 조금더 많이 기울이고 있는데, 그래야 내 삶의 존엄을 지키는 쪽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법 워크숍

이번 방학 때는 2019년부터 들어야지, 들어야지 생각만 하고 신청했다가 바빠서 취소하기를 반복하던 교수법 워크숍을 드디어 들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는 정기적으로 박사과정생과 교강사들에게 다양한 주제로 교수법 관련 강의를 제공한다. 나도 언젠가는 가르치는 일을 할 것이기도 하고 교강사로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대충 의지할 수 있는 몇개의 팁들을 얻겠다는 소박한 목적을 갖고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내가 들은 강의 중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동영상 강의 자료 제작법' 강의, 실시간 원격 수업에서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들'에 관해서 배우는 수업이었다. 이것저것 프로그램들을 다뤄보다 보니, 뭔가 원격 강의를 할 때 활용할만한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원격 강의를 위한 물리적 환경을 꾸리는 것이 현재의 나에게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게 하려면, 듀얼 모니터가 필수인데, 일단 내가 사용하는 공간의 책상이 그렇게 크지가 않다.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아이패드를 듀얼 모니터로 만드는 것 정도..? 그래도 학교 차원에서 교강사들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강의용 장비들을 잘 갖춰져 있다면 이건 별 문제가 안되긴 한다. 다만 모든 학교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또 원격 수업 운영 강의에서 강조했던 것은 되도록이면 설명을 최소화하고, 학생들 간의 그룹 활동을 장려하라는 것이었다. 수업 중간에 퀴즈를 내고, 작은 글쓰기 과제도 부여함으로써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적절한 피드백도 제공하라고 했다. 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했지만, 취사선택이 필요할 것 같다. 배운거 다 집어넣어서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교수자도 정신없고, 학생의 부담도 늘지 않을까... 그리고 노동의 양에 비례하지 않는 낮은 강사료를 지급하는 학교가 여전히 많다는 것도 문제.) 일단 내가 컨트롤을 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하고, 뭐 특별하게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것만 해도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는 교수법이나 학습법, 발표법에 관한 여러 강의들이 많다. 온라인 상에서의 영어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강의도 열렸기에 이 때 아니면 언제 듣겠나 싶어서 신청해놨다. 일주일에 두번정도 내가 알지 못했던 프로그램들을 다루는 강의를 듣다 보니, 옛날에 컴퓨터 수업들을 때도 생각나고, 뭐 새로운거 배우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꼭 교수학습개발센터가 아니더라도 다른 플랫폼에서 또 듣고싶은거 있으면 부지런히 들어놓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Previous
Previous

2-3월의 일들: 새로운 학기와 생각들.

Next
Next

10월과 11월, 12월의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