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히어로 키드>의 특별한 성장.

*시즌1과 3의 주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이 글에서 사용된 모든 이미지들은 넷플릭스 애프터 스쿨(Netflix After School)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들에서 갈무리했음.

누군가 <우주 히어로 키드>(Kid Cosmic)가 어떤 애니메이션인지 한 문장으로 말해보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사막에서 지루한 삶을 이어가던 주인공이 우주에서 떨어진 파워스톤을 발견하고, 같은 마을에 사는 동료들과 함께 스톤의 힘을 이용해서 지구를 위협하는 미지의 힘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만화.’ 하지만 이 시리즈를 다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소개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주 히어로 키드>는, 이 문장을 토대로 예상할 수 있는 소년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성장 서사, 주인공의 힘과 기술이 정교해지고, 리더로서 팀을 이끄는 전략적인 사고에 점차 익숙해지는 서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키드는 고집이 아주 세다. 자신이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이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다른 가능성들은 고려하지 않는 성격은 마지막 시즌까지 변함없이 이어진다. 또한 키드는 같은 염력 파워 스톤을 사용하는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서 그 스톤이 가진 힘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물론 마지막 시즌에서는 초기에 비해서 스톤을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빌런인 판토스가 염력 스톤을 사용해서 자신의 몸을 띄우거나 멀리 있는 대상을 끌어당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대상이 지닌 힘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작용하게 하고 큰 행성 하나를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키드의 성장에서 핵심은 그가 우주 최강의 힘을 가지는 것에서는 거리가 있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우주 히어로 키드>는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문법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시리즈에서 키드가 성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키드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존재로 성장한 것일까? 히어로물 주인공이 초인적인 능력이나 전투 상황에서 전략을 세우는 판단력의 차원에서 성장하지 않는다면, 그는 어떤 차원에서 성장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여러 후보가 제시될 수 있지만, 나는 키드의 성장을 설명하기 위해서 ‘욕망’이라는 개념에 주목해보려고 한다. 우리 말에서 욕망 내지는 욕구라는 단어는 종종 부정적 함의를 갖고 사용되고, 이성적 사고를 중시했던 철학은 욕망을 항상 억눌려야 하고 통제 하에 있어야 하는 무언가처럼 여기기도 했다. 이에 반해 욕망이나 욕구를 신체의 메커니즘이 정상 작동하기 위해서 혹은 우리가 일상의 삶을 정신적으로 지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결핍되었을 때, 그것을 향하는 심리적 경향성으로 이해한다면 어떨까? 부정적 함의를 걷어내고, 개인의 정체성의 일부인 신체-심리의 메커니즘의 하나로서 욕망을 중립적으로 이해한다면, 히어로물의 주인공이 이전보다 더 좋은 욕망을 갖게 됨으로써 성장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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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사의 출발점에서 키드가 갖고 있었던 욕망에 대해서 알아보자. 키드의 욕망은 바로 ‘지구를 구하는 슈퍼 히어로가 되는 것’이고, 이는 대중 매체의 온갖 히어로물을 보면서 자란 미국의 소년이 가질 법한 흔한 욕망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양친을 모두 잃었다는 키드의 배경을 생각한다면,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그의 욕망은, 고아로 이 세상에 남겨졌다는 현실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주인공이 된 세상, 사람들에게 연호를 받으면서 외롭지 않은 인생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키드의 할아버지인 파파 G는 키드가 더 이상 실망하지 않기를 바랐기에, 키드의 이러한 욕망을 물질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지원해주었고, 그 결과 키드는 자신이 히어로처럼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이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고집 센 소년으로 자라났다. 

시즌 1의 첫 에피소드에서는 키드의 이러한 성격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키드는 파워스톤을 발견하고 동네의 유일한 식당인 모의 오아시스로 뛰어든다. 자신이 곧 히어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푼 키드는 식당 카운터와 테이블 위를 뛰어다니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이 중대한 소식을 알린다. 키드가 뛰어다닌 자리의 소스통은 엎어지고 접시가 떨어지면서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식당 주인인 플로는 키드를 잡으려고 하고, 종업원인 조를 비롯한 나머지 주민들은 볼거리 없는 심심한 동네에서 벌어진 소동을 익숙한 듯이 구경한다. ‘히어로가 되고 싶어 하는 동네 괴짜 소년이 이번에는 돌멩이를 너트에 붙여서 영웅 놀이를 하는구나!’ 키드는 주변의 이러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발견한 스톤은 정말로 특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걸 반지로 만든 이유도 설명하는데, 이 장면은 키드의 정체성에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단단하게 박혀 있는지, 키드가 이를 얼마나 고집스럽게 고수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슈퍼히어로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키드는 스톤의 힘을 활성화시키지 못해 거의 반나절을 허비하고, 스톤을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된 다음에는, 스톤의 힘을 조절하지 못해서 외계인들과의 전투에서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한다. 키드와 스톤을 나눠가진 동료들이 뒷수습을 해서 외계인들을 물리치긴 하지만, 키드는 찜찜함을 느낀다. 외계인들이 벌려 놓은 난장판을 종결하는데 자신이 별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동네 사람들도 키드를 히어로팀에 한 명씩 있는 코믹 캐릭터 정도로만 여기고 있으니, 키드가 심각한 욕구 불만족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키드는 팀원들이 자는 사이에 그들의 파워 스톤을 훔쳐서 외계인들과 맞선다. 그러나 스톤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다섯 개의 스톤을 모두 활성화하자 키드의 몸과 정신은 파워 스톤의 힘을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그는 스톤들을 파충류 외계인 두목에게 빼앗기고 만다. 정부 조직의 개입으로 파충류 외계인의 공격은 일단락되었고, 스톤들도 되찾기는 했지만, 마을 전체는 정부 조직의 감시 하에 놓이게 되고 절망한 키드는 자취를 감춘다.

파워 스톤을 차지한 정부 조직의 대장은, 그 스톤들을 다섯 명의 정예 요원들에게 나눠줘서 ‘지구를 지키는 슈퍼 파워 히어로’(Earth Force Enforcement Force)라는 특공대를 만든다. 이 요원들은 히어로의 전형적인 대사와 포즈들로 자신을 소개하고, 비슷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걸치고 있다. 누가 봐도 ‘우리는 히어로야.’라고 말하고 있는 이 특공대는 키드가 스스로 되고 싶어했던 모습이기도 하다. 특공대 요원들은 정부 조직의 물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스톤을 찾으러 지구로 온 외계인들과 낮밤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체력과 실력, 시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는 친절함도 갖추고 있다. 또한 특공대는 스톤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방어와 공격의 합이 착착 들어맞는 깔끔한 전투 장면을 연출한다. 외계인들은 밤샘 전투에 점점 더 기력을 잃어가고, 정부 조직의 대장은 전투 상황을 안락한 자리에서 카메라로 지켜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여기에서 특공대가 외계인을 대하는 방식은, 키드가 시즌 1에서 지구에 찾아온 외계인들을 대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특공대는 외계인들을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는 침략자로 간주하고, 외계인들의 공격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키드도 마찬가지로 스톤을 내놓으라고 하는 외계인들만 보면 이들을 해치우려고 달려들었고, 이들이 어떤 이유에서 스톤을 찾으러 왔는지, 그들이 스톤을 구하게 된 사정이 무엇인지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특공대와 키드 모두 히어로의 역할과 눈앞의 전투 상황에 매몰되어서 현재의 상황을 다른 맥락에서 보지 못한다.

자취를 감춘 키드는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산 중턱에서 히어로 만화책들을 불태우다가 전투 광경을 목격한다. 그는 이윽고 외계인들이 자신과 같은 능력의 스톤만 찾으려고 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들이 지구를 침략하러 온 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히어로 역할을 내려놓고 상황을 조금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외계인들이 어떤 개체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이 가진 신념을 밀어붙이는 캐릭터답게 키드는 전투 현장으로 무작정 달려가서 싸움을 멈추라고 외친다. 정부 조직의 대장은 짜증이 치민다. 거의 이기는 싸움이었는데! 특공대의 완벽한 승리를 방해하는 키드와 일행들을 막기 위해서 대장은 거대한 트럭을 몰고 돌진한다. 여러 사람들이 뒤엉킨 좌충우돌 끝에 외계인들이 각각 찾으려는 파워 스톤이 그들이 살았던 행성의 마지막 조각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키드와 일행들은 스톤을 외계인들에게 돌려준다. 키드는 그토록 원했던 히어로는 되지 못했고, 파워 스톤도 갖지 못하게 되었지만, 특별한 친구들을 얻게 된다. 그동안 함께 활동해온 로컬 히어로 팀원들, 그리고 스톤을 돌려받은 외계인들이 바로 키드의 새 친구들이다. 키드가 가졌던 욕망은 좌절되었지만, 그러한 욕망을 추동했던 키드의 외로움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이처럼 키드가 다른 이들과 연결되었던 경험은, 키드의 이후 여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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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의 첫 에피소드는 키드와 로컬 히어로 팀이 정말로 ‘지구를 지키는 특공대’가 된 상황을 보여준다. 이들은 지구 수호 그룹(Planet Protect Group)이라는 조직의 아낌없는 물리적 지원을 받으면서 문제가 일어난 곳에 출동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히어로가 된다. 초고속으로 하늘을 날아서 이동할 수 있는 슈퍼카, 위기 상황을 감지하고 알려주는 인공지능 비서, 멋진 유니폼과 첨단 시설들이 구비된 숙소,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 토크 쇼 출연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본 딴 영화 촬영까지!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키드의 욕망이 완벽하게 충족되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키드 외의 다른 인물들은 중간중간 “이런 전개가 정말 말이 되는 상황인지?”, “추락하는 자동차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죽지 않았는지?” 의문을 표한다. 이는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서사 전개, 주인공이 중심이 되고 그 외의 인물들(주인공의 연인, 조연 등)은 주인공의 활약을 위해서 소모되는 배경이나 장식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풍자일 뿐만 아니라, 이 세계 자체가 키드의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가짜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암시하는 복선이 된다. 

키드는 가짜 세계에서 사고로 죽은 부모를 만난다. 키드의 부모는 스톤의 힘을 연구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스톤의 힘이 워낙 막강하고 이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죽음을 가장한 다음 숨어서 연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정이다. 죽은 줄 알았던 소중한 사람이 사실은 살아있었다는 설정은 그동안 외로운 분투를 해온 주인공의 삶에 대한 응당한 보상으로 느껴진다. 더욱이 그 사람들이 정부 조직의 연구원이었다는 설정은, 이들이 앞으로 주인공에게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촉발한다. 그렇지만, 키드는 이 세계에서 함께 하자는 부모의 손길을 뿌리친다. 그는 가짜 부모보다는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바람과 자신의 막무가내 성질도 받아주었던 로컬 히어로 팀을 택한다. 팀원들과 함께 하는 진짜 세계에는 자신을 지원해주는 정부조직도 슈퍼카도 없지만, 키드는 그 세계로 돌아가서 에로디우스가 파괴할 행성의 외계인들과 그들의 문명을 보호하는 것을 택한다. 키드의 이러한 선택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키드의 욕망이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슈퍼 히어로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악당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러한 선의는 악당과 악당이 아닌 이들을 외양이나 하는 말을 바탕으로 임의로 구분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허울 좋은 지향점일 뿐이다. 스톤을 구하려고 지구로 찾아온 많은 외계인들 중에는 다소 위협적인 비주얼을 갖고 있었던 외계인들도 있었지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키드와 로컬 히어로 팀에게 위협이 되었던 경우는 많지 않았다. 외계인들은 다소 허망한 이유, 예를 들면 지구의 대기 성분이 호흡에 맞지 않아서, 스톤을 매입하려고 준비한 돈이 많지 않아서, 너무 작고 연약해서, 겁이 많아서 등의 이유로 지구를 떠나거나 전투에서 패배한다.

오히려 실제로 위협이 되는 외계인은 시즌2부터 등장하는 판토스이다. 판토스의 무해한 비주얼, 에로디우스를 향한 팬심과 수집벽, 마마보이 기질만 놓고 보면 그는 처음에는 다소 위협적인 적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시리즈에서 판토스가 주요한 적으로 자리 잡는다는 점은, 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복잡한 배경과 과거를 갖고 있는 특수한 인물이 이 시리즈의 빌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판토스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이 시리즈가 보여주려고 하는 바는, 막강한 힘을 가진 이들에 대한 경외감, 나도 그처럼 강한 힘을 갖고자 하는 욕망의 유해함이다. 다른 이들을 굴복시키고 그들의 삶의 기반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숭배하는 이들의 세상은 모든 개체들이 자신의 힘으로 서로 경쟁하는 세상이다. 그러한 세상에서는 힘을 키우지 않고, 그 힘으로 남을 누르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이들, 경쟁의 장에서 낙오되거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조롱과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판토스가 키드의 약함을 툭하면 조롱하고 상대도 안 되는 싸움에 희망을 갖고 임하는 로컬 히어로 팀의 태도를 비웃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도 판토스만큼 강해져서 그를 힘으로 이겨버리겠다는 욕망을 갖기가 쉽다. 힘의 논리는 가장 단순하고 발견하기 쉬운 해결책이다.

하지만 키드는 판토스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그를 이길 만큼 강한 힘에 대한 욕망을 갖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팀원들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점을 원망하지도 않고, 전투가 항상 중구난방으로 일어난다는 점도 못마땅해하지 않는다. 시즌1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른 팀원들의 스톤을 훔쳐서 자신만이 주인공이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고집이 세고 돌발적인 면모는 있지만 키드는 파파 G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팀원들을 위해서 희생하기도 한다. 자신과 함께하는 다른 이들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키드의 이러한 변화는 시즌 3의 마지막 에피소드의 한 장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모든 전투가 끝난 후, 키드와 그의 일행들은 다시 지구에서 원래의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 모의 오아시스는 재개장 준비가 한창이고, 사막은 여전히 황량하고 뜨겁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 불만스러운 키드는 곡괭이를 들고 식당에 가서 바닥 타일을 부순다. 조는 키드를 말리면서 히어로로 계속 살아가지 못하게 된 것은 유감이라고 위로하지만, 키드는 자신이 히어로가 되어서 유명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다. 대신 그는 어떻게 이런 일들을 겪고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낼 수 있는지, 지구 밖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있다는 점을 모두에게 알려야 하는 것 아닌지, 외계 생명체들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면서 돌아가는 세계는 가짜 세계가 아닌지를 묻는다. 키드가 이러한 의문들을 가졌다는 점은, 키드의 욕망이 ‘나와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향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장면은 시즌 1에서 키드가 보인 행동, 외계인들을 물리치는 히어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차서 식당을 엉망으로 만드는 행동과 대비되면서, 키드가 어떤 지점에서 성장했는지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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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욕망이나 욕구를, 일상의 삶을 정신적으로 지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결핍되었을 때, 그것을 향하는 심리적 경향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즌 1의 키드가 부모 없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자신이 히어로가 됨으로써 주목을 얻는 것’이었지만, 시즌이 전개됨에 따라서 그 욕망의 방향은 점진적으로 변화해왔다. 다른 팀원들과 함께 지구와 분투했던 경험들, 모의 오아시스에서 팀원들과 외계인들이 다 함께 어울렸던 경험, 작은 외계인 난민들을 도와서 이들을 위한 은신처를 만들어주었던 경험들이 키드의 삶에 차곡차곡 쌓여왔다. 그 결과 마지막 시즌의 키드는 ‘시즌 1에 나왔던 특공대의 삶'이나 ‘시즌 3에서 경험했던 주목받는 히어로의 삶’을 사는 것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나와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잘 지내는 삶’을 욕망하고, 그것이 진짜 히어로가 되는 것이라고 믿게 된다. 동네 주민들도 키드의 그러한 바람에 공감하고, 이윽고 그의 바람에 따라서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외딴 식당은 인간, 외계인, 고양이가 한데 모여서 어울리는 활기찬 공간으로 변한다. 서로 다른 문화, 외양, 언어를 지닌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지구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마지막 장면은, <우주 히어로 키드>의 주제, ‘다양한 생명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갖는 가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의 사회가 갖는 몇몇 국면들을 고려한다면, 키드의 성장을 통해서 이 시리즈가 전하는 주제는 다소 무겁게 다가온다.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판토스와 비슷한 욕망을 갖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간주되고, 재력이든 학력이든 그 사람이 가진 사회적 힘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비교하고 조롱하는 것이 허용되며, 다른 이들이 겪는 차별은 이들이 더 노력하지 않은 결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사회를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드는 것은 복잡한 개인사를 겪으면서 사회에 불만을 갖게 된 개인이 아니다. 판토스 같은 욕망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는 것, 그런 욕망에서 기인한 책임 없는 말들이 중요한 의견인 양 언급되고 인용되는 것이 사회를 더 위태롭고 나쁜 것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은 특별한 훈련을 받은 특별한 사람들만 타파할 수 있는 것일까? <우주 히어로 키드>는 평범한 지역민들이 우연히 히어로가 되는 서사를 그린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서사를 통해서,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잘 지내는삶을 욕망하게 되는 것, 이들이 ‘다양한 생명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현재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서 상상할 수 있다. <우주 히어로 키드>는 그러한 가능성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감상해 볼만한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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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 제미신의 『다섯 번째 계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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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쿠스 솔루스⟫: 텍스트 기반의 전시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것.